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난다.
사회초년생 시절,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취업을하고, 누나집에 얹혀살며
작은 빨간색 프라이드를 타고 다니던 시절.
세상은 갑자기 모든게 그럴듯 + 세련된 느낌으로 마구 변화하던 시절, 강변에 그 유명한 테크노타워라는 쇼핑몰이 생기고 그곳에 CGV라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섰다.(그 극장이 CGV의 첫 극장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내 기억에는 그랬다)
친구들과 밤늦은 시간 심야 시간대에 영화를 보며 마치 내가 이제 서울사람 다 된 것처럼 느꼈던 시절.
뭔가 영화한편 보는것 뿐인데 고급스러운 문화를 소비하는 기분이 들었던 그때.
그때의 CGV는 멀티플렉스라는 다양한 선택의 폭 (물론 나중엔 흥행작위주 편성으로 '다양'이란 느낌이 사라지긴했지만)
과 세련된 매점 먹거리세팅으로 (그때는 그렇게 비싸게 느끼지 않았었는데 - 어려서 돈 무서운줄 몰랐지?)
뭔가 세련된 도시남같은 후광이 영화한편 보는 것 만으로도 느껴지곤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CGV가 날뛰던 흥행하던 시절의 이면에는 사라져가는 단관개봉극장과의 추억도 있었던지라...
웬지 한편으로는 서글펐던 감정도 있었다. (20대초까지만 해도 동시상영 영화도 보고 다녔었지...)
영화한편 보려고 꽤나 먼 시내 극장까지를 버스를 타거나, 슬슬 걸어갔다
영화한편 보고나와서 오는길에 분식집에서 쫄면먹으며 영화얘기하며 떠들고난뒤 (오락실도 갔던것 같은데)
느즈막히 집에 돌아오는 걸로 충분히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 가고,
빽빽하게 지하 5층까지 아슬아슬 내려가 간신히 주차하고 높은 고층빌딩 높은 곳까지 올라가
영화보고 그 건물에서 밥도 먹고 쇼핑도하고 집에 와보면
기름값에 영화비에 팝콘, 밥값이 꽤나 만만치않은 시절이 된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영화한편값이외 부대비용도 꽤나 늘었는데 그 주범이 CGV였구나 이놈)
각설하고.
이전의 단관, 동시상영, 담배, 쥐포구이, 암표, 매표소 줄서기 등의 아름다운 추억의 시대를 모두 종식시킨 멀티플렉스도
이제 전성기를 지나 새로운 트렌드앞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극장에 걸린지 며칠만 지나도 바로 TV에서 볼 수 있는 OTT 시대.
아니 극장 상영작을 재탕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체 오리지널 컨텐츠로 승부하는 OTT의 시대.
한달에 한편 영화볼 비용 정도면 집에서 수십편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긴 OTT뿐일까? 따뜻한 이불속에서 보는 유튜브에 각종 동영상 컨텐츠는 어떻고.
또 마블같은 일부 오락영화를 제외하면, 굳이 큰 화면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도 지나가는 것 같고.
점점 짧고 감각적인 컨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2시간정도를 핸드폰만지작 없이 있어야하는것도
요즘에는 부담일 수 도 있겠다.
물론 이런 화려했던 극장의 시대를 생각보다 더 빠르게 코너로몬건 코로나일 터이고.
그럼 결론부터 말해서, CGV같은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다시 올까?
오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극장' 상영을 기본으로 하는 영화산업은 어쨌든 해마다 규모를 축소하며 버텨나갈 것이고,
멀티플랙스또한 4D나 아이맥스등으로 특성화되며 기존의 영화관중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들은 일부 정리를 해나가며
나름 살길을 모색해가지 않을까 한다. (최근 영화상영말고도 다양한 활용사례도 점점 늘고 있고)
어떤 산업이든, 문화든 꽃이피고 지기 마련.
나의 20대후반에 '신문물'로 누렸던 멀티플렉스의 대표주자 CGV가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길 바래본다.
'저는 주식이 쉬운줄 알았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FOMO 증후군일까 (0) | 2023.02.16 |
---|---|
디앤씨미디어, 이젠... (0) | 2022.09.28 |
아모레퍼시픽의 타타하퍼 인수 (0) | 2022.09.02 |
알약 사태로 본 이스트 소프트 주가 (0) | 2022.08.31 |
너와 헤어진이유 (카카오뱅크) (2) | 202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