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문자를 보내고 나서 바로 전화가 와서 무척 당황했다.
약간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내용은 바로 면접 보러 오실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력서만 출력해서 면접보러 오시면 된다고 하는데,
'아, 정말 이렇게도 면접을 보는구나' 했다.
보통 이력서를 보내고 담당자가 확인후 면접을 어느정도 조건에 부합하면
면접일정을 잡을텐데,
아주 급한 상황인지, 아니면 회사사정이 너무 열악해 면접보는 사람들마다 튕겨져 나간건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 역시도 든 생각이
'한번 해보자' 였다.
오랫만의 면접이기도 하니 앞으로 수없이 볼 면접의 준비가 될 수 도 있고,
서로간의 조건이 맞으면 함께 일하는 거고 아니면 아니지 않은가?
미리 재단하고 겁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이것저것 따질 상황은 아니기도 했고.
아내에게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가져다 줘야했고 나도 무언가 새로운 흐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는 조건에 마음만 혹해 덥썩 물어서는 안된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모든건 면접이후의 일이다.
내가 그 회사의 모든 조건이 마음에 들어도 회사에서 나를 거절 할 수 도 있고 의외로 나는 시큰둥한데 그 회사에서 나와 꼭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매달릴 수 도 있는 것 아닌가? 흠흠.
일단 선입견 없이 면접보기로 했다.
우선 면접보기로 한 회사를 나름 검색해보고 그 회사의 제품들, 후기들을 보았다.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되어 있는 가구회사였는데, 의외로 후기가 많았고
제품 사진이나 설명도 중소기업으로는 나쁘지 않아보였다.
스마트 스토어의 경우 이미지보다는 사진+텍스트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하는데,
전반적으로 일정한 형식이 있었고, 깔끔해보였다.
나는 오랫동안 패션아이템을 해와서 이런 리빙관련 제품이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제품의 이해도만 어느정도 생기면 못할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상세설명 만드는 작업은 아이템에 따라 디테일이나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긴하지만, 기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타 상품 등록이나 제품 문의에 대한 답글역시 마찬가지고.
그리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는 내 노력하기 나름일 것이고
어떤 회사든 어느정도의 훈련과 적응 시스템은 있을 것이다. (물론 체계적인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지만)
출퇴근은 자차로 왕복 1시간~1시간 반.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연봉은 우선 아내가 늘 이정도는 필요하다고 하는 '이정도'에 턱걸이하는 금액.
많지는 않았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금액이었다.
오랫만의 면접이고, 지금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런저런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면접준비를 한다 - 면접을 본다 - 결과를 기다린다 (동시에 합격시 다닐 것인가 / 떨어지면 어떻게 할것인가를 고민해본다) 정도까지만 생각하기로.
이왕 면접을 볼 것이면 당연히 잘 준비해야 하는것.
내가 잘 할 수 있는일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 면접 보는 회사 아이템이나 비전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이쪽에서 요구하는 업무역량에 대해 내가 어느정도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했다.
전혀 해본적도 없고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솔직하게 말해야 하겠지만,
대체로 면접에서 보는건 그런 것보다는 꼭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인데 해본 경험이 부족하다면 배워서라도 하겠다는
자세를 더 높이 사지 않을까.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세가 갖춰진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도 그렇고. 아무것도 모른채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 수두룩 했으니까.
암튼 오랫만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다시 정리해서 출력하고 나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상되는 면접에 대한 질문도
몇가지 준비했다.
회사가 크건 작건 연봉이 높던 안높던 나는 그 회사의 기본적인 조건에 수긍해 면접을 보기로 한 사람이고,
그럼 최소한의 예의와 자세를 갖춰야한다, 고 생각했다.
아내한테는 면접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고 결과를 알면 말해야하나, 아니면 면접느낌 그대로
내 생각을 더해 얘기할까 고민했는데, 일단 면접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보고 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어느새 하루는 훌쩍 지났고, 나는 약속된 오전 11시까지 가기위해 예상시간 보다 조금 더 일찍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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