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다.
나름 혼자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처음 제품 올려 보름만인가 첫 판매를 했던게 2007년 9월이었다.
처음 발송해야할 주문건수에 '1'이라는 숫자가 찍히고 당황스러움 반, 기쁨 반으로 어떻게 제품을 보내야할지
(그당시 택배계약도 하지 않았었다) 아내와 당황해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리고 어찌어찌 한해두해 운영을 해서 끌고온게 어느새 업력이 10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적겠지만 cafe24로 쇼핑몰 만들고,
이후 네이버에서 스마트 스토어 시작할 때 (그땐 N샵 이었던가) 만들고.
혼자서 어찌어찌. 시즌때는 아내가 도와주고 해서 직원없이 그렇게 꾸려나갔었다.
처음 네이버 키워드 광고등록할 때 한달에 몇만원 비용이 어느새 몇년후 몇 백만원이 되고,
시즌 아이템이긴 하지만 월 매출이 1억이 나올 때는 금방 부자가 될 줄 착각에 빠진적도 있었다.
보험사의 보험금 담보 대출 (보험약관대출) 이자가 10%가 넘었는데
장사가 잘되니 무서운줄 모르고 거의 전액을 다 당겨썼는데,
시즌중의 수입으로 하루에 원금을 몇 백씩 갚아나가며 흐믓해하기도 했다. (자기돈 빌려 갚는건데 좋다고...)
암튼 그렇게 10여년을 보냈다.
주변에서는 혼자 창업해 제법 매출도 나고 하는걸 보고 되게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속 빈 강정이었다. (주변에도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긴 했지만 겸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점점 매출 대비 수익은 사업 시작후 4~5년 이후부터 고점을 찍고 내려가는데,
비슷한 아이템을 파는 경쟁업체에, 서로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가격만 다르게 올려놓고 있었고
심지어는 어떤 사이트는 내 컨셉 그대로 디자인을 옮겨놓고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그나마도 어느세부턴가는 국내제작이 아닌 중국 OEM이나 대량구입후 국내판매로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인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나 디자인보다는 자금력이 우세한, 물량중심의 시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나는 그 흐름을 쫒아가지 못했다.
주식이든 뭐든 아니다 싶으면 빨리 손절하는게 맞겠지만,
어설프게 쌓아올린 '나름 창업' 에 대한 자부심과 몇몇 연도의 제법 쏠쏠한 매출에 대한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이 오히려 도박처럼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그게 다 '한판만 더, 아니 이번 한판만 더' 의 마음이었다.
결론은?
뭐... 망한거다.
그 '약관대출'을 갚는 시기가 해가갈수록 점점 늦어지고, 생활이 조금씩 쪼달려가기 시작할 때 즈음이었다.
처음엔 아내가 직장을 다니겠다고 선언했고, (부끄럽지만 가정 상황을 알기에 마지막 자존심으로도 말리지 못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뒤에는 내가 사무실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아니 정확히는 '선언해야했다'.
그리고 사무실을 접기로 한 결정을 내린 뒤에도
이 밤톨만한 사업 자체도 접을 것인지, 아니면 누구에게 빌붙어 1년만이라도 더 해볼지 아무 가치도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서두가 길었는데,
암튼 마지막으로 회사생활 한지도 오래됐고 10여년의 기간동안 혼자서 인터넷 쇼핑몰을 해온 터라
취업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다시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없었고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런데 아내의 한마디가 용기를 줬다.
"사람 구하는데 많던데? 이력서 냈는데 오라고 하는데 있었고"
그렇다. 단순하다.
이력서 내보면 된다. 미리 결과를 재단할 필요는 없었다.
아내는 그런 식으로 취업을 했다. 이력서 내고, 연락오면 면접보고.
그래서 정말 오랫만에 먼지 쌓인(?) 이력서 파일을 꺼냈다.
그리고 잡코리아나 알바몬 같은 사이트에서 구인업체들을 검색해보는 한편
사무실 정리에 나섰다.
웬만한 집기는 중고나라에 판매하거나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을 주고 (당근마켓 생기기전이다)
그동안 거래해오던 업체에는 일단 폐업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사정상 당분간 영업을 못한다고 일일이 말씀드렸다.
이사한지 2년째되는 한대앞역 근처의 사무실을 정리하면서는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일단 10년넘게 자영업을 해오다 일을 정리한다는 것.
그런데 '은퇴'가 아닌 '폐업'으로 인해 다시 무언가 수익이 나는 일 (정확히는 취업) 해야하는 상황은
직장에서 잘리거나 다니던 회사가 망한것과 다름이 없었다.
한마디로 잘 다니던, 아니 겨우겨우 다니던,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잘린 상황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다 잘리건, 장사를 하다 폐업을하던 모두 암울한 상황이지만
후자가 더 괴로운 이유가 있다.
바로 재고들.
좋게보면 이게 퇴직금 일 수 있지만, 자영업 하다 정리한 사람들은 알꺼다.
이 재고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걸.
시즌 아이템이다보니 시즌후 폐업상황인지라 여러가지로 암울...
그런데 쳐져있으면 안되니까.
마음 먹었으니까.
돈될 재고와 환금성이 애매한것, 무가치 아이템으로 분류하고 재고정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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