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본 회사에서 온 전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20대부터 40대까지 참 부지런히 이런저런 회사를 다니고 퇴사를 하고,
또 10여년간 작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간이사업자에서 일반사업자로 변경하며 여러 경험을 했지만,
여전히 어떤 '관문'을 통과하는 일이라는건 긴장된 일이었다. 더구나 여러가지 상황이 겹친 즈음에서는 더더욱.
전화를 받자
면접때 통화를 한 대표가 반갑게 이야기했다.
'그럼 말씀하신대로 1달뒤에 정식 출근하시는 걸로 하고 우선 일주일에 두번씩 인수인계로 출근하시는 것 어떠실까요?'
OK 였다.
인수인계 일정과 시간, 그리고 일주일에 2번 출근에 따른 간단한 급여지급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전화를 끊었을 때,
우선 기쁨이 밀려왔다.
작은회사이고, 급여도 많지 않지만 (우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금액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나름 비전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일은 쉽진 않아보였지만, 뭐 사람사는 곳이니... 대체로 이 나이에 얻은 경험과 눈썰미로는 그정도의 판단은 들었다.
일주일 2번 출퇴근하면서 사무실 마지막 집기와 재고정리, 거래처에 나름 인사를 하려면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경험상 여유가 많을 수록 일처리도 더딘 경우가 많았다.
혼자 하더라도 마감을 두고 해야하는법. (이걸 못해서 결국 일을 접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무실에서 저녁까지 일을 정리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이러 저러한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급여와 근무조건은 이러이러하고, 한달 인수인계후에 아마 다음달 부터 정식 출근하게 될 꺼라고.
아내는 내가 그동안 취업관련해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내 이야기에 약간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대체로 덤덤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후에 알게된 거지만, 아내는 그때 정말 기분좋았고, 작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난 즈음이었고, 나역시 이제 직장을 다니기 시작.
다행이 아이들은 어느정도 자라 있었고, 큰 아이는 조금 철이 들어 있었던 시점이었다.
우리는 어찌보면 아이를 집에 두고 두사람다 나간다는 생각을하지 못해 맞벌이는 부정적이었는데
어찌보면 자의반 타의반 상황이 만들어지고, 어느정도는 해볼만한 상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지도 못했던 맞벌이 부부가 되었던 것 같다.
돌이켜생각해보면 이 당시 우리 가정 경제는 정말 바닥이었는데,
이후 아내와 나 두사람이 나름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안정적인 수입에 기초해
나름 작게나마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볼 수 도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는 출발점이었다.
물론 취업이 아닌 다른 일로 더 많은 수입을 내고 더 즐겁게 일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돌아봐도 그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현실과 타협, 아니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당시에 여러 취업 사이트를 통한 취업이 아닌
우연하게 본 카페의 구인글을 통한 연락으로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나에게는
그 '연락' 한번이 가져온 긍정적인 에너지를 경험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특별히 소중했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만약 선입견을 가지고 연락을 하지 않았든,
내 나이에 될까? 하는 의심으로 도전조차 하지 않았든
아마 지금 이 글을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이 무언가를 성취했다거나 성공했다고 쓰는 글은 아니다)
입사후에 갑자기 모든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인수인계부터 입사후 1년여 동안 매일매일이 전쟁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 전쟁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시스템을 파악하면서부터는
안해도 될 전쟁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전혀 다른 개념으로 생각했던 개인쇼핑몰과 입점 쇼핑몰은 한끗차이로 다를게 없는 같은 줄기였고
어디나 고객의 컴플레인 방식은 비슷했다.
어느정도 경험을 해봤기에 금방 적응하기도 했지만, 기존에 내가 하던 방식이 옳았던가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환경도 되었다.
암튼 그렇게 저렇게 40대 후반에 중소기업에 입사를했고
이제 어느새 3년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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