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선생님, 야구가 하고 싶어요

안선생님, 파울공이 줍고싶었어요

작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처음으로 간 야구장이었다.

 

사람의 심리란 참 오묘해서, 야구를 예매하고 시간에 맞춰 야구장에 잘가고, 또 재밌게 보고 집에 잘 왔으면

 

그것으로 이미 얻을 것을 다 얻은 것이지만,

 

웬지 거기에 무언가 의미를 추가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곤하는 것이다.

 

요컨데,

 

야구를 본 7월 10일은 수도권 무관중 시합 결정이 내려진 7월 12일의 이틀전이었고, (랜더스필드, SSG : 환화)

 

우천으로 그날 예정시합 5경기중 3경기가 취소된 날이었다.

 

그러니 '오랫만에 아이들과 야구장 간날'의 의미를

 

'엄청난 확률을 뚫고 야구장에 다녀온날' 정도로 바꾸고 싶은 마음인것이다.

 

사실 그날의 일을 어떻게 정의내리던 간에 객관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뇌는 좀더 행복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과거를 더 포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을 지금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 바로 나다. (웬지 부끄...)

 

사실 여기까지 쓴 이야기는 큰 그림을 위한 밑그림에 지나지 않는것이,

 

나의 뇌는 여기에 더 한단계 점프, 아니 여러단계를 뛰어넘는 부스터를 달아

 

평범하게 야구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무언가 엄청난 스토리로 마무리하고 싶은 욕망에서 이 이야기가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파울볼.

 

아이들과 야구장에 다닌지가 10년인데

 

파울공과는 인연이 멀었다. 

 

취업전에는 오랜기간 자영업을 했기 때문에 평일날 비교적 야구장에 한산할때도 야구를 제법 봤지만 그랬다.

 

물론 여러가지 파울볼을 받는 요령들중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해본것이 없긴 했다. 

 

(글러브준비나 파울볼 주울 확률 높은 자리 예약이나 연습중인 선수들에게 부탁등)

 

하지만 남녀간의 만남도 자연스러운 만남이 최고(?) 인듯 파울공과도 언젠가 한번쯤 그렇게 만나고 싶었고 

 

드디어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꼴찌 한화가 상위권인 SSG에게 위닝까지 확보했으니...이건 거의 로또 3등이상 당첨급이라 하겠다)

 

파울공이 나에게 왔다.

 

아니 우리 둘째에게 왔다.

 

이 공에는 또 여러 의미가 있는데, (또 의미 부여 시작합니다)

 

우선 정우람이 마지막 상대한 타자에게 던진 초구를 정의윤 선수가 받아 친 것으로

 

초구 파울이다.

 

그래서 그런지 표면이 굉장이 깨끗한 편. 

 

내가 애정하는 정우람 선수의 초구라는데 큰 의미가... (아, 이렇게까지 의미부여는 좀 부끄러운데)

 

암튼 이 파울공을 받은데는 좌석위치가 가장 큰 몫을 했는데,

 

우선 그날 파울공이 3루 쪽 외야의 기둥쪽으로 제법 많이 날아왔다. (홈런 경계의 노란 기둥쪽)

 

그리고 그중 일부는 아쉽게도 3루 장외를 넘어가는 공이 많았고. 

 

그런데 그중 일부가 안쪽으로 떨어질 경우 공이 계단식으로 아래로 굴러올 수 밖에 없어서

 

처음 자리를 잡고서드는 생각이 

 

'오늘 잘하면 파울공 하나...' 였다. 

 

아니나 다를까. 

 

9회에 처음 구장 안쪽으로 떨어지는 공이 나왔고 계단을 따라 통통 튀며 내려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점프를 했지만 팔이 닿지 않았고 ㅠ-ㅠ

 

뒤 그물을 맞고 떨어진 공이 다시 더 낮은 쪽으로 굴러가려던 찰라

 

근처에 있던 아저씨 한분이 달려오기 시작했고

 

그 짧은 순간에 공은 둘째 손에 안착!!!

 

아이들과 야구장에 다니고는 처음이고, 

 

어릴적 MBC청룡시절부터 야구를 본걸로 시작하면 개인적으로는

 

몇십년만의 처음 파울공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파울공, 어떻게 얻나요?

 

결론 : 파울공이 잘 떨어지는 위치의 가장 아래쪽에서 기다려라.

중력은 생각보다 위대하다

 

그런데 실제 몇천원정도면 살수있는 (7~8천원정도인듯) 이 야구공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큰 것이어서

 

아이는 그 이후로도 며칠동안 이 야구공을 끼고 살았다.

 

그래서 올려보는 2021 프로야구 KBO 공인구의 디테일. 

 

이렇다. 

 

(무엇보다 'MADE IN SRI LANKA'에서 놀람)

 

공인구는 집에있는 연습공 대비 조금 단단한 느낌 정도? 실밥도 아주 채기 좋을 정도로 도드라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새삼 이런 공으로 150킬로의 공과 각종 변화구를 뿌리는 투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와중에 들려온 KBO 일시 중단 (욕써도 될까...)

 

소식에 좀 마음아프긴 하지만,

 

이 파울공은 영원히 잘 보관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먼 훗날, 둘째가 나이를 많이 먹었을때 이 공을 볼 때마다

 

그날의 공기, 그때 코로나로 마스크 쓰고 야구봤던 기억,

 

파울공의 촉감, 

 

한화의 위닝 확정...

 

그것들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내 생각을 잠시나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