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성공 이런 단어들은 진한 원색처럼 느껴진다
고통도 기쁨도 꽉꽉 차고 넘친다.
그래, 알이 꽉찬 그놈들은 그런 대로 맛이 있지.
바닥을 치고 오르는 희열이나 정상에서 뚝 떨어질 때의 좌절은
삶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9회말 끝내기 안타로만 승부가 나는 경기는 없는 법.
삶은 사실 알이 꽉차기는 커녕 대체로 흐물흐물, 구질구질하다.
멋진 한가운데 직구로 승부를 보고 싶지만,
고의사구를 줘야하는 경우도,
와인드업 타이밍을 바꿔가며, 팔각도도 바꿔가며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꾸역꾸역 한타자 한타자를 상대해야하는 일의 연속이다.
주자는 꽉차고, 어깨도 아프고, 타자는 내공은 눈감고쳐도 3할이라는 놈이라해도
버티고 던져야한다.
관중석에 엄마아빠가 온날,
여자친구가 온날,
시간이 지나 아내와 자식들이 온날은 더 이를 악물고 던져야한다.
그런데 가끔 희망이라는 바람이 간질간질 느껴진다.
절망이나 성공, 기쁨처럼 멀리서봐도 확 눈에 띌 색깔로 보여지면 좋겠지만,
희망이란 녀석은 늘 보일 듯 말듯, 간질간질 콧등을 스치며 맴돈다.
그래서 희망은 잡힐듯 말듯,
될듯 안될듯 매력으로 애간장을 녹이기도하고,
적당한 피로감, 적당히 견딜만한 피로감을 준다.
너무 쌩쌩하게 남아도는 체력으로도 느낄 수 없는,
적당한 좌절과 적당한 힘겨움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은 정신과 신체에
잊을만하면 불어오는 간질간질한 바람.
오늘 그런 바람이 잠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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