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에 꼭 등장하는 미국식 유머 (누가 봐도 죽기직전,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나오는 유머라든지)
에 조금씩 지쳐갈 때, DC가 때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어떻게 사람이 늘 밝고, 긍정적이고,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가며 우애까지 다지면서
악당이 결국 마지막즈음엔 우정이나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게 되고,
죽기전에 그들의 편에서 총알을 받아주는 일이 흔할 수 있냔 말야.
성악설이 맞는지 성선설이 맞는지야 모르겠지만,
한해두해 어느새 어린시절 지나버리고
늙고 노회한 어른들의 틈바구에 살다보면 말이지,
그들을 욕하던 나도 결국 그 '어른'이 되어있단 말이지.
그렇다고 영리한 마블영화가 단순히 이런 선,악의 개념을 구분해 놓은 유치한 영화를 만들어내진 않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선', '희망' 같은 주제, 인간에 대한 믿음 같은 바탕위에 이야기를 쌓아올리고
거기에 성장에 관하여, 우정과 사랑, 가족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뼈대가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으니까.
미국이란 나라에서 주류나 그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의 최소한 도덕적 기준은 '가족' 이니까. (그러니까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
서론이 길었지만, 살다보면 명랑만화만 재밌을 수 없다는 얘기다.
삶은 명랑하지 않으니까.
암튼 '명랑하지 않은' 영화 '더 배트맨'을 보러갔다.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적당히 무게 잡고,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액션좀...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처럼 어떤 걸작스러움까지는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최소한 토요일 오전 모처럼의 맑은 날씨에
어두컴컴한 극장에와서 일부러 부모를 읽은 우울한 백만장자 아들이 첨단기기로 무장하고 악당들 잡는 이야기에 최소한의 '재미'는 있었으면 했던거지.
그런데 결론은?
최근 몇 년간 극장에서 본 영화중 가장 지루한 3시간이었다.
추리물로도 납득이 어렵고, 액션은 중심이 없고, 배트걸은 뜬금없고, 빌런은 좀 정신사나왔달까?
'조커'를 자기 인생 영화로 꼽는 (같이 영화본) 큰 아이가 그래도 나보다는 후한 평을 줬지만.
내가 아니어도 DC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그리고 분명 다시 DC가 살아날꺼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어쩐지 더 배트맨의 느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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