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대전가서 이틀 업무교육을 받고 올라오던길에 사온 성심당 빵을 맛있게 먹다 문득
'왜 청주에는 유명한 제과점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없겠는가? 찾아보면 내가 모르는 맛있는 제과점이 수두룩할 것이다)
암튼 유명한 제과점이 대부분 그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산전수전 버텨오며
조금씩 단골들을 늘려온 가게라고 가정할때,
아마 청주에는 그렇게 오랜기간 한자리에서 터를 잡고 버틴 가게는 (군산의 이성당이나 대전의 성심당같은)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던 모충동에는 '독일제과'라고 한 곳 있었고, (독일이 빵을 잘 만들었나? 그땐 유난히 독일제과가 많았던 것 같다)
수곡동으로 이사한 후에는 '무지개제과' 도 있었는데 (여기 팥빙수가 정말 맛있었는데)
아마 2000년대 초반 모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것 같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프렌차이즈업체와 경쟁할만큼이 되지 않은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동네 빵집이 사라진곳에 프렌차이즈 빵집이 근처라도 들어오지 않은 경우를 보면 아마도
이전에 비해 활기가 떨어진 오랜 동네분위기 탓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아파트촌이 아닌 일반주택중심의 동네는
이전에 비해 많이 한산해진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암튼 그래서 그런지 청주를 다니다 가끔 눈에 띄는 동네 빵집들을 보면 반갑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빵은 맛있을까? 궁금하기도하고. (나... 자영업하다 망해본 사람...)
그런데 어릴적 청주의 성안길 (그땐 본정통이라고 했는데) 에 '정글제과'라고 그당시 핫한 빵집이 있었다.
당시로는 되게 크고 인테리어도 좀 화려했던 느낌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고등학생때쯤 없어졌었나? 그랬던 것 같다.
아쉬운건.. 그때는 그냥 빵집하나 없어진거다 했는데
어쩌면 그렇게 잘됐던 빵집들이 좀 남아있어서 여전히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지금까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맛, 내가 맛있게 먹었던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물론 그 가게 사장님 돈도 많이 버시공)
지금 가끔 청주가면 들리는 졸졸호떡은 아이들이 정말 맛있게 먹는데, 만약 사라졌다면
그 특유의 단단하고(?) 바삭한 호떡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었을까?
이제 청주의 구시가지를 차를 타고 가면 도로옆의 가게들중 제법 빈곳이 눈에 띈다.
그중에는 정글제과 처럼 많은 사람의 추억이 담긴 곳도 많을...
갑자기 성심당 빵먹다 여기까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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