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때 입이 짧고 (그덕인지) 몸이 꽤나 마른 아이였다.
그런 내가 새우깡 같은 유행하던 과자 몇가지와 짜장면 빼고나면
무슨 외식이 그렇게 맛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그중에 한곳이 바로 이 '백로식당' 이다. (사진은 '작은백로식당'으로 분점격이다)
많이 가봤냐고? (아마 많이 가봤다면 그렇게 인상깊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때인가 한 두번정도 가봤었던가. 20대이후에야 몇 번 가본 정도긴 하다.
어릴적에 딱히 이것저것 잘먹는 아이도 아니었고, 당연히 식탐도 없었던 아이였던 나는
1년에 한두번 집에서 먹는 불고기같은 것에도 크게 열광하지 않았던 아이었다.
한마디로 '뭘 먹이는 보람' 이라곤 전혀 없는,
어쩌다 밥한그릇 뚝딱 맛있게 먹으면 학교에서 공부잘한 것보다 더 많이 칭찬 받곤 했던 아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암튼 그랬던 내 입맛에 그래도 밖에서 먹는 '고기'로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였다.
그때는 청주 시내 철당간 바로 뒷쪽에 가게가 있었고, 청주극장과 현대 극장도 있던 시절이었는데
좁은 가게가 늘 붐비던 느낌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7~8천원정도면 두사람이 배부르게 먹었던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 90년대 초)
청주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식당중 하나로 90년대말까지는 여기저기 분점도 꽤 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한두곳 정도가 있는것 같다.
20대가 되어서는 가끔 친구들과도 가곤 했는데,
제법 고기좀 먹어본 친구들에게는 냉동고기+양념+파절이 조합의 메뉴가 그리 크게 맛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냉동이 지나고 생고기가 유행하기도 했고, 당연히 맛도 더 좋았다)
그런데 나는 그 양념과 파절이, 그리고 나중에 먹는 볶음밥이 맛있었던 것 같다.
이후에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나는 고기를 먹을때 (특히 돼지고기는) 약간 새콤달콤한 파절이가 빠지면 섭섭한 사람이 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의 5할은 백로식당이 아닐까 생각하곤했다.
암튼, 그런 추억의 식당을 거의 10년만에 다시 찾았다. (그전에 한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본점이 불이 나서... )
이전에 있던 자리보다 더 건물 안쪽으로 옮긴 식당.
토요일 저녁이었는데도 이전만큼 사람들이 꽉 차지도 않았고, 나중에 볶음밥 만들어줄때의 화려한 퍼포먼스도 없었다.
고기맛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게 없는것 같은데,
파절이는 기억속의 맛보다 조금 밍밍했달까?
냉동고기 치고는 꽤나 오른 가격과 파절이의 맛 빼고는 크게 달라진게 없는.
어머니포함 다섯식구가 모처럼 찾은 추억의 고기집에서
나만 맛있게 먹었다는 후문... 제법 밥먹고나서 맛평가를 즐기는 큰아이는 '아빠가 이 고기집을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라는 평을 남겼...
백로식당에서 5분거리인 졸졸호떡에 호떡으로 추억의 맛 2종세트를 멋지게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저녁 장사 마감...
가끔 청주의 시내를 거닐며 이 도시도 나이를 들어가는 구나, 하고 느끼곤 하는데
아마 청주도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겠지?
이전에는 청주시내를 '본정통' 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썼었는데, (이후 성안길로 변경)
가끔 어린시절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도 본정통에 나오면 뭔가 마음이 들뜨던 그 기분이 기억난다.
도시도 생명처럼 수명이 있으니, 아마도 언젠가는 없어지거나 다른 모습으로 재개발될테지... 하는 생각을 하면
웬지 서글퍼지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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