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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경제에 대해 배우는 중입니다

0원, 1만원 그리고 2만원에 대해

솔직히, 나는 주식을 잘 모른다


나는 숫자에 민감한 사람도, 수학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최근 '투자'에 대해 크고 작은 (대체로 큰적이 많았다 ㅠ-ㅠ) 실패를 겪으면서 느끼는 소회를 적어볼까 한다.

바로 시드머니와 돈이란 무엇인가.

주식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배운,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바로 '자본의 크기'에 대해서 이고,
그리고 다음 느낀 부분이 '돈에 대한 가치관' 이었다.

즉, 돈을 직접 투자해 결과를 보는 과정을 지켜보다보니 '돈놓고 돈먹는' 자본시장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내가 그동안 이 '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점이다.

누가 들으면 몇천, 몇억의 자본으로 큰 시장에 참여한 사람 같겠지만,

푸훗.

몇백만원이다.

시드머니에 대해 생각한 건,

내가 나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고 '실패해도 좋다' 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시드머니가 없다면 게임에 참가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 (레버리지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투자하고 있다)이고,

다음은 투자로 인해 수익과 손실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통해 내가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꽃에 대해
애써 무시해왔던 나의 속물근성 같은 것이 주식투자의 길지않은 몇개월간 마구마구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행인건, 최소한 내가 모든 금액을 잃어도 일상에는 문제가 없을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는 점과
나의 한계, 분명한 소액투자자로서의 한계와 나의 투자성향에 대해 이번기회를 통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을 두려워하며, 안정지향적인 투자를 선호하지만,

가끔 '한방'의 느낌 (이런걸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포장하는데 결국 결과론인듯하다)이 올때 충동적인 투자를 하곤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충동적인 투자의 결과는 모두 마이너스였고,
나름 오랫동안 보아오며 면밀하게 관찰한 주식들은 작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이런 초보 주린이의 과정속에 많이 생각하게 된 건,

0원, 1만원, 2만원에 대한 생각이다.

극단적인 가정하에 내 전재산이 1만원이고, 이 1만원이면 지금부터 남은 인생을 최소한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나에게 투자기회가 생겼고,

결과는 50%의 확률로 0원이 되거나 2만원이 된다고 했을때, (그리고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고 할 때) 나는 투자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문제를 말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몇개월간의 주식투자를 지나오며 이런류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

두배가 되는건 조금 더 기쁜일이지만, 0이 되는건 나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하지 않는다' 이다.

투자가 성공하면 많이 기쁘겠고, 생활의 여유가 생기겠지만
투자의 실패시 겪는 어려움보다 그 기쁨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이다.

오늘 나에게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돈이 있는 것은 다행이다.

운이 좋게 조금 더 있다면 아마 더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있거나 다음 끼니 까지 해결할 수 있거나
혹은 빨리 배를 채우고 그 힘으로 돈을 벌어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0'은 다르다.

적게 가지고 있는것과 조금 더 가지고 있는 것의 간격에 비해 '아주 없는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그래. 사실 누구나 안다.

누구나 로또가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들의 게임인것도 알고,
오늘 내가 카지노에 가면 적어도 반이 넘는 확률로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지만) 돈을 잃으리라는 걸.
그래도 '나'라는, '나의 선택' 이라는 것이 세상의 수학적 확률로 규정되지 않게 뭔가 가치가 더해져 느껴지는 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선택이 아니고 '내'가 개입된 거니까.

거의 홀짝게임같은 주식시장에서 '나'의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
솔직히 할 수록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이해한 것이 있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모르지만, 최악의 상황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은 노력에 따라
아주조금, 아주 조금은 가질 수 도 있다는 것. (이것 역시 착각에 가까운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또 어디서 포성이 울릴지,

미국시장이, 코스피가 내일 어디로 움직일지 나라는 존재는 단 1도 모른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된것이,
그래서 몇개월동안 '강제겸손' 모드를 당하게 된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인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이 제법 지나 내가 조금더 '투자'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력을 쌓게 된다면
과감히 0을 두려워하지않는 배팅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또 그런 배팅의 실패속에 결국 드라마틱한 성공을 이루는

경험이 쌓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는 '2만원'을 목표로 하는것이 아닌 우선 1만원을 지키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