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둘. 집에서 가끔 야구를 한다.
어떻게 하냐고?
아주아주 가벼운 플라스틱 공 + 장난감 칼집(배트용)이 도구의 전부고
상가주택에 사는 가난덕택에 이점으로 영업을 하시는 1층 매장이 문을 닫는 저녁 9시 이후
우리집은 마음껏 뛰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는 무적(?)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부터 해왔던 이 '안산리그'는
역사도 꽤나 길다.
암튼 보통은 첫째 혼자 한팀, 둘째와 내가 한팀을 이뤄 3회정도를 하고,
거실과 주방을 잇는 야구장(?) 의 특성상 페어볼의 구간이 매우 작은 것이 안산리그의 특징.
한마디로 꽤나 정확히 치지 않고 당겨치거나 밀어치면 대부분 파울이 될 확률이 높은 특징.
(그래서 안산리그에는 빠른 게임 진행과 투수어깨 보호를 위해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이
세개 나오면 자동 아웃되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어제 오랫만에 둘째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나도 모처럼 제대로 한판 하기로 마음먹고 게임시작!
(첫째는 주중에 회사-사택을 오가느라 집에 없음)
1회, 2회 둘째의 낙차큰 공에 매번 헛스윙으로 제대로 공한번 맞추지 못한 나와는 반대로
초반부터 강한 파울과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과시했지만 점수는 못낸 둘째.
게임 내용은 내가 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스코어는 2회까지 0-0
그리고 마지막 3회.
1회, 2회 전혀 맞추지 못했던 둘째 공의 괴적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볼넷과 안타에 안타로 감격의 2득점.
그리고 3회 완벽한 제구와 하이패스트볼로 타선을 틀어막아 2-0으로 승리.
오랫만의 승리에 환호를 하는 내 등뒤로 둘째의 심드렁한 한마디.
'이거 연습경기야'
공식경기냐 아니냐로 또 입씨름을 한참...
아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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