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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경제에 대해 배우는 중입니다

종신보험을 해지하다 (feat. bgm of 윤종신 '좋니, 종신보험')

10년넘게 유지해온 종신보험을 해지했다.

(삼성생명 종신보험 이었고, 총 5000만원을 납부하면 사망시 1억을 받게되는 보험 : 서른다섯살 첫애가 두세살즈음 가입)

 

월 165,000원씩 3천만원정도를 부었으니 정확히는 (30,000,000 / 165,000 = 181회니까 15년동안 부었네...허허)

해지하는 순간 2,350만원을 받았고 원금대비 환급율은 78%정도. (내 피같은 650만원 + 기회비용등등)

 

내가 죽고나면 1억정도의 보상이 나오는데, 최소한의 아내나 아이들 생활비는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5학년때 돌아가셨는데, 그때의 경험이나 영향도 좀 있었던 것 같고,

또 종신보험이 한참 유행하던 때 였던 것 같기도하고. (10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15년이나 부었는데 해지하냐고?

(사실은 이제와서야 해지하는 걸 후회하고 있다....가 아니라 내가 대체 왜 종신보험을 들었지에 대해 후회하는중입니다)

 

사실은 몇년전부터 해지를 고민해왔긴했다.

그런데 해지하려고 할 때마다 내가 낸 원금에서 거의 20%를 넘는 금액의 손실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고,

별다른 재산도 없는데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부담을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무엇보다 어릴적 아버지가 돌아가신 기억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지를 하게된 이유는.

 

우선 종신보험 자체가 '내가 죽은' 이후 나오는 보험금이라는점. (내가 부었지만 나는 만져볼 수 없는...)

그리고 그 보험금의 실제 금액도 그리 보장성이 강하게 생각되지 않은점 (첨부터 따져보지 그랬니...)

등등의 생각들이 꾸물꾸물 올라와서 였다.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잘못된 선택에 대해 끌려가지 말자, 하는 것과 (계속 떨어지는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하는 기분)

이 보험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나의 죽음' 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 이유일것이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건 대충 이렇다.

현재 내 나이는 50세.

내 기대수명을 85세 정도라고 한다면 (술, 담배 거의 안하고 비교적 건강한 편이긴하다. 다만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일찍 세상을... 그리고 췌장암은 유전적인... omg!)

 

나는 앞으로 60세까지 165,000원씩 120번 (10년) 정도를 추가로 납부하여 총 5,000만원을 납부후

열심히(?) 노후를 보내다가 상식적인 예상으로

기대수명이 나보다 높은 아내와 두아이를 뒤로하고 먼저 세상을 뜨게 된다.

(여러 희망+통계+내 건강상태를 판단해볼때 약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함)

 

85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나는 이 보험덕에 가족앞으로 1억을 남기게되는 것인데,

 

35년뒤 1억은 어느정도의 가치일까?

 

1.

일단 앞으로 20~30년뒤 1억의 가치에 대한 의문 : 물가상승률을 감안할때 그때 1억의 가치가 지금기준으로

어느정도일까... 지금 갑작스럽게 금리가 오르는 기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의 가치보다는 크지 않을 듯하다.

 

2.

또 지금 보험 해약금으로 받는 돈과 앞으로 낼 돈을 예금+저축을 해서 20년이상 모을경우 실제 금액의 차이. 

(여기에 적지 않은돈이 내 죽음을 담보로 꺼내 쓰지도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일단 실제 내가 지금 보험을 중단하고 그 돈을 한푼도 안쓰고 모을 수 있는 금액과 85세에 죽으며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을 대충 계산해보자면

 

1. 해약금을 4.5% 예금으로 85세까지 35년간 예금할경우 (실제로 내가 얼마전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했다)

35년 4.5% 예치시 약 5500만원을 받게된다

2. 그럼 앞으로 추가로 납부했어야하는 165,000원 X 10년의 약 2000만원을 10년간 적금을 넣은후

그 금액을 찾아 다시 85세까지 25년간 예금을 넣었을 경우를 대략 계산해보면

앞으로 예상 납부금액인 월 165,000원을 4.5%적금으로 10년동안 납부했을 때 수령액 / 10년뒤에 찾는다
찾은 금액을 다시 예금에 넣으면 약 3400만원 정도가 된다

 

결론은 종신보험을 해약한돈과 앞으로 추가 납부해야할 돈을

4.5% 의 이자율기준 (편의상 예금과 적금 이자율은 동일하게 계산) 적용으로 내가 85세까지 살며

불릴 수 있는 금액은 3400+5500 = 8900만원정도.

 

맞다. 85세 기준 1100만원 손해다.

 

다만 여기에는 내 수명을 (자꾸 내 목숨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하니 좀 서글프지만) 85세로 설정하고

계산했지만, 이 수명보다 더 살거나 못살경우 당연히 손해금액은 달라질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빨리 세상을 떠날 수록 보험회사에서 받는 금액의 가치는 올라가며, 내가 장수할 수록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계산법은 내가 금전적으로 굉장히 여유가 있어 앞으로 나에게 생길 여러가지 '비용발생상황' 에 대해

모두 현재의 저축액이나 소득으로만 처리가 가능할 때 유용하다.

즉 내가 종신보험에 계속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건, 해당 금액 만큼의 기회비용 (이후 투자나 주택구입등에 필요한 선택)

을 지불하는 것.

 

즉 앞으로 내가 주택이나 자동차, 아이들 결혼자금등에 필요한 돈을 전혀 대출없이 여유자금만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면

위 손해의 금액은 말그대로 '손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내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혹은 꼭 필요하고 써야할 돈인데 자금사정으로 망설이는 상황이 온다면?

당장 가용할 수 없는 자금 (보험약관대출이 있긴하지만, 어쨌든 댓가를 치루고 써야하는 돈이다)

으로 현실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고하면 웬지 서글플 듯.

 

이런저런 자금운용에 대한 고민이 해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직하게 잘못된 선택의 손실을 받아들이고,

 

해약금 + 앞으로 내야할 보험금을 나의 경제 사정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또다른 해지의 중요한 사유는

종신보험의 성격상 모든 혜택 (보험금)이 내 죽음이후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진 시간이나 물질적 자원은 유한한다.

 

인생이란 내가 가진 유한한 자원을 알마나 알맞게, 정도껏 쓰고 가는 과정일 것이다.

물론 정신적, 종교적의미로는 다를 터이지만, 적어도 내가 인식하는 인생은 그렇다.

 

그렇다면 유한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얽매이기보다는 내 의지대로 쓰고 싶은 마음과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강제적으로 자금을 묶이고 싶지 않은 마음)

아이들에게 작은 유산을 남겨주더라도 살아서 즐겁게 상속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난 그 '죽음' 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가진 시간이나 물질적인 자원을 최대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쓰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1억의 재산을 남기는 것 보다 1억만큼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너무 많이 간걸까?)

 

물론 지금 환급받은 해약금은 예금에 넣었고, 앞으로 납부예정인 금액은 모두 적금에 들기로 했으며

가능한 원래 목적대로 훼손하지 않고 비상용도로 사용예정인 금액으로 두기로 했다.

 

어쩌면 갑작스러운 일로 이 돈에 손을 댈 수 도 있겠고,

나의 예상보다 내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뜰경우 (ㅋㅋ 최대한 가볍게 쓰고 싶은데 적당한 표현이 없을까)

이 선택은 최소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손해' 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또한 내 선택이니...

 

암튼 나는 종신보험을 해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