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나 인정은 하고 가자.
작은 기업일 수록 오히려 일의 범위가 넓다.
한마디로 여러가지 일을 두루두루 해야한다는 뜻. (때론 일이 매일 매일 쏟아지기도한다)
하지만 세상일이 아무리 세분화 되어 돌아간다고 해도,
파스타만 전문으로 만드는 식당이 꼭 잘되는 것도, 김밥이외에 한 서른가지쯤 메뉴가 더 있는 김밥집이 꼭 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전문가가 어디있겠는가?
대부분 현장에서 일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관심분야도 생기고,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견해나가면서
전문성을 높여가는 사례가 더 많다.
그런의미에서보면, 중소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포토샵 수업 매일 듣고 동영상 편집 수업 매일 해도,
현장에서 필요한, 그 회사가 필요한 능력은 '두루두루' 배우는 수업과는 또 다르다.
물론 이 '두루두루' 배우는 기초적인 일들이 나중에 그 '전문성'의 연결고리를 찾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긴 하지만 여전히 둘중하나를 고르라면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배우는 것을 권하고 싶다.
실무는 매일 주어지는 마감시간이다. 마감이란 제한은 일을 배우기에 좋은 조건일 수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단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CS는
Customer Service나 Customer Satisfaction 뭐든.
어쨌든 고객관련 일을 하는 업무다. (고객만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조금 불편하지만)
업무범위를 작게보면 (일반적인 제조 및 판매업 기준으로)
고객상담 전화 및 게시판 업무관리가 가장 기본이다.
그럼 전화 받고, 게시판 업무가 많아 인원을 충원한다고하면?
모집공고를 올린다 - 이력서를 확인하고 연락해 면접을 잡는다
- 바쁜 일정으로 간신히 짬을내 면접을 본다 - 면접후 가장 괜찮았던 한분을
뽑는다 - 약속대로 근무를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작은 기업의 경우 이런 순서일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면접 약속후 노쇼한 분들이나 근무조건이나 회사 분위기를 쓰윽 보고
합격통지를 받아도 오지 않는 분들도 있다.
심지어는 출근날짜까지 약속했는데 당일 미출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출근후 한달도 못채우고 그만두는 사람을 겪다보면... 사람 뽑는게 쉽지 않은 일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실제 작은 기업들의 현실은, 특히 꽤나 사업을 오래하셨다고 하더라도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그동안 가족이나 오랜 베테랑 직원 위주로 소규모 운영을 해오다가
어느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온라인판매로 영역을 확장하는 회사들은 초반에 굉장히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온라인판매에 가능성도 보고 어느정도의 시행착오를 통해 판매까지는 길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의외의 복병이 원활한 인력충원이다.
또 인원충원이후에 오랫동안 새로 충원한 귀한 자원을 통해 (꼭 이렇게 생각해주길)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업무 메뉴얼을 완성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시작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일이 바로
CS업무의 범위,
즉 이회사에 들어와 CS가 해야할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것이다.
왜?
일이야 어차피 와서 하면서 배우는거고, 일이라는게 딱 정해진 일만 기계처럼 하는게 아닌데
무슨 할일을 정해?
그리고 고객전화받고 게시판 업무담당자 뽑는건데, 무슨 일을 정해?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사람 충원이 무엇보다 급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새로 사람일 뽑는 회사이건,
기존의 CS부서에서 인력을 다시 충원하는 경우이건 새로운 인원이 보충되어
우리회사에 들어와 할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건 정말 구체적으로. 뭘 이런 것까지 정리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그런 정리가 필요한 이유는
새로오는 직원에 대한 업무분담과 인수인계, 혹은 업무관련 메뉴얼 보다 중요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것인지를
점검하는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업무분담, 업무에 대한 메뉴얼을 짜는 것은 중요하다.
혹시라도 지금 '우린 쪼끄만 회사니까' 라는 핑계로 미루어 두었던
부서별 업무별 업무분담과 업무 flow 메뉴얼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길 권한다.
아무리 작은 회사에서 아무리 작은 급여를 받는 일이라고 해도
혹은 며칠간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식당이라고 해도
이 메뉴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만약 당신이 첫 출근한 회사에서 오전시간 내내 사무실 빈자리에서 뻘쭘하게 앉아 눈치만 보고 있는데,
회사 직원중 한분이 정신없이 일하다가 잠깐 눈이 마주치자
'새로오신 분이세요? 오늘은 일단 분위기 보며 계세요~'
한다면, 그게 바로 이 회사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새로 입사한 직원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나 업무분담관련한 아무런 계획도 없는 회사라는걸
처음 나온 직원에게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최소한 간단한 회사 소개와 함께 입사축하 인사가 담긴 업무 인수인계 관련
진행과 담당자가 적힌 종이 한장은 있어야한다.
아니,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냐고?
그렇지 않다. 이런 신입사원 입사이후의 인수인계나 업무 습득 관련 메뉴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 분담이나 관리에 대해 조직이 신경쓰고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고,
최소한 이런 표 한장이 가져오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우선 업무 전달 담당자에 따라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중요하게 전달해야 하는 중점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런 과정에서 새로온 직원에 대한 교육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에 대한 평가와 함께
습관대로 진행하던 업무가 재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당신이 이제 창업한지 3개월째인 1인 회사라면 오히려 이런 교육 메뉴얼이 더 필요한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업무분담 및 교육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신입직원교육 메뉴얼 한장없는)회사가 대부분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정말 너무너무 잘나가고 바쁘다보니
충원된 인력을 전담해 신경써줄 직원도, 또 그 책임을 맡은 담당자도 없을 수 있다. (있다고 해보 너무 바쁠 수 있고)
그래서 첫날은 하루종일 입사한 회사 사이트 들어가서 후기도 보고, 제품도 보며 하루를 보내다
중간중간 직책을 알 수 없는 분들이 지나가며 몇번 말참견하고,
또 그러다 여기저기 불려가서 갑자기 인사시키고...
그렇게 뻘쭘한 하루를 보내다 퇴근하는 첫날.
부푼 희망을 가지고 입사한 사원의 머릿속은 그날밤 꽤나 복잡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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