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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man diary

진미통닭의 양념은 달지 않더라

무더위와 폭우가 반복되던 지난 8월 14일.
집에서 보내는 피서가 최고라는 대원칙을 깨고 집을 나서기로 했다.
바로 수원 화성 행궁의 문화행사도 볼겸 (마침 무더위를 피해 야간에도 관람가능한 기간이기도 하고)
집에만 있었더니 아들 둘이 흐물흐물 방바닥에 퍼져 바닥과 한몸, 또 핸드폰과 한몸이 되어가는 변이 현상을 더이상

간과해서는 부모의 자격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아..물론 나도 바람좀 쐬고 싶어서이기도...)

 

그런데 물론 순수하게 화성행궁 문화행사를 가는 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맛있는 먹거리를 더한다면 이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하여 급 식당검색!

 

오랫만의 수원나들이로 이전에 한번 갔었던 수원통닭거리!

 

그중에 가장 유명하다는 진미통닭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전에 갔을때는 진미통닭 바로 앞집이었던 왕갈비 통닭인가... 그집으로 갔었던 것 같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나는 치킨과 피자중에서는 피자를 선택하는 '피자파' 이고,

치킨중에서는 교촌 오리지널을 밥과 함께 식사겸 먹는걸 좋아한다.

 

아이들은 BHC 쁘링클과 프라이드를 좋아하는데, 4인가족으로는 먹는 양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정말 최근에서야 (큰아이가 고3, 작은아이가 중1) 치킨 2마리를 겨우 먹는,

그러니까 소위 '1인1닭'과는 한참 거리가 있을 뿐더러, 두어달에 한번정도 치킨을 먹는 집이다.

 

암튼, 그래도 수원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진미통닭집에 도착한건 6시쯤.

 

20분정도 줄을서서 2층의 테이블로 안내받은후 프라이드 한마리, 양념통닭 한마리를 주문했다.

(각 18,000원 / 음료를 추가하니 4만원정도 지출)

양이 굉장히 많아보였고, 과연 우리가족이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진미통닭은 프라이드가 예술이다. 그런데 더 인상깊은건 양념통닭이다.

 

나는 프라이드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진미통닭의 프라이드는 한마디로 조각이 작고, 적당히 바삭하고, 별다른 '맛'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맛'이 없었다는 말은 '맛없다'와 다른 '맛'이다.

다름아닌 속살의 간을 미리 맞추는 염지작업이 덜하고 간이 세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와이프와 나는 '어? 이거 우리 어릴때 먹었던 통닭맛 나는데?' 하며 맛있게 먹었다.

진미통닭은 어릴때 아버지나 엄마가 시장가서 튀겨오던 프라이드를,

더 잘게 나누어 튀겼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더 부담없이 먹는 내내 적당한 바삭함과 두껍지 않은 튀김옷의 덜 부담스러운 식감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진짜 의외는 양념통닭이다.

 

그런데 사실 진미통닭에서 닭을 먹으며 제일 놀랐던 메뉴는 양념통닭이었다.

 

이 양념통닭은...

 

'전혀 달지 않다!'

 

보통 양념치킨은 두어개 먹으면 질려서 못먹는데, 진미통닭의 양념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전혀 달지 않아서!

양념이 기존 프랜차이즈의 매콤새콤한 양념과는 달리 (아주 단맛이 없는건 아니지만 기존 양념통닭의 반의반도 달지 않다)

단맛이 거의 없는 양념이었는데, 처음 먹으며 드는 생각이 '과연 아이들도 잘 먹을까' 였다.

다행히 아이들도 잘 먹었는데, 아무래도 콜라나 무 영향도 있겠지만

비교적 조각이 작고 단맛이 거의 없는 양념통닭이 느끼함이나 먹을수록 차오르는 질리는 느낌이 훨씬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내는 아마 여기 양념통닭 소스는 과일이나 채소를 써서 단맛을 내는 것 같다고... (물엿이나 올리고당으로 내는 맛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

 

처음엔 남은 닭을 싸가지고 가는 방법을 알아보며 먹었는데 (셀프 포장대가 있어 남은 음식은 싸가지고 갈 수 있도록 되어있음)

먹다보니 다 먹었다.

 

그렇다고 우리 가족 모두가 진미통닭이 최고다, 맛있다 극찬하는 것은 아니다.

 

아, 아직도 이런 스타일로 통닭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구나, 

이런 맛도 있구나 하며 그저 적당히 만족하며, 또 왜 사람들이 이 통닭을 좋아할까? 에 대한 궁금함이 어렴풋이 풀렸다고 할까? (1층과 2층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음식은 기억이고 습관이고 추억이니까.

 

(청주에 가면 유명한 호떡집과 근처에 비빔냉면집, 그리고 '백로'라는 고기집이 있는데, 사람들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나는 정말 좋아한다)

 

생긴지 40년가까이 되어가는 식당의 맛은

 

어쩌면 추억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저 '맛' 만 가지고 따질 수 가 없는 영역인 것 같다.

 

나같이 그런 추억이 1도 없는 사람에게도 그 넓은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 (가족단위로 오신분들도 꽤 많았다)

이 생경하면서도 뭐랄까? 정다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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