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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물건을 판다는건

오늘의집 금요일 게시판은 심심하다

쿠팡과 오늘의집, 

 

우리회사는 오늘의집에서 소파를 판매한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어떤 판매자가 '돈 버는거, 참 쉬워요' 하겠냐만...

 

소파역시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아주 큰 가구기업은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회사내의 배송팀에서

 

배송을 하게 되는데, 이런경우 보통 주문시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3~4일이면 배송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배송안내를 보면

 

대체로 서울, 경기지역은 일주일정도, 그리고 경기외곽은 10일정도, 그리고 지방은 14일정도 안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나마 '영업일기준'이라는 꼼수로 배송지연과 관련된 고객들의 컴플레인에

 

"영업일기준으로 안내드렸어요~ 상세설명 보시면..."

 

이렇게 다소 죄송한듯, 다소 뻔뻔한 느낌으로 화난 고객님들에게 대처하게 된다.

 

암튼, 소파의 경우 부피가 크고 무겁고 이렇게 배송까지 일반택배상품대비 한참을 소요하게 되는 상품이다보니

 

게시판은 늘 북적북적 하다.

 

그런데 여러 쇼핑몰 사이트에 입점해서 판매하다보니, 사이트마다 고객들의 게시판 문의 스타일이 다르다는걸 느낀다.

 

그렇다고 모든 사이트의 모든 고객이 다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보면 쿠팡의 게시판 / 네이버스마트 스토어의 게시판 / 오늘의 집 게시판 의 분위기는 정말 다른데,

 

가장 중간정도의 스마트 스토어를 빼고 가장 온도차가 확연한 오늘의집과 쿠팡의 게시판 성향만 가지고 얘기해보겠다.

 

 

쿠팡 게시판 키워드 : 대체, 언제, 왜

 

오늘의 집 게시판 키워드 : 안녕하세요, 될까요, 언제쯤

 

 

일단 쿠팡의 고객성향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팡은 대부분 그때 그때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받는 느낌의 쇼핑몰이다.

 

그래서 소파배송 역시 빠르게 오는것을 전제로 배송관련 안내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고객들의 주문이 꽤 있다.

 

또 쿠팡에서 오랫동안 주문해온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주문시 바로바로 (심지어는 당일도 도착하는) 제품을 받아보는 시스템에 꽤 익숙한 고객들이 많다. 

 

그래서 쿠팡의 게시판은 장문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배송일정에 대한 문의는

 

'언제와요?'

 

'배송 언제와요?

'배송 연락주세요 010-***-***' (쿠팡 게시판에서 전화번호를 남기면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판매자가 확인할 수 없다)

 

뭐 이런식.

 

극단적인 예이긴 한데, 쿠팡 게시판에는 이렇게 문장을 완성해 쓰기 보다는 짧게 문의하는 고객이 정말 많다.

 

그럼 오늘의집은?

 

위 문의를 가지고 그대로 오늘의 집 스타일로 변환한다면,

 

'제가 소파를 몇월 몇일 주문했는데요, 배송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소파 구입한 000입니다. 배송일정문의드립니다'

 

'배송관련 연락부탁드릴게요'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쿠팡의 고객들이 좀더 무례하다거나 하는 뜻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사이트마다 사이트의 강점이 있고, 그 강점과 특성에 따라 그 패턴에 길들여진 고객들의 일반적인 성향이 나오는 것이니까. 

 

같은 A라는 사람이라도 쿠팡에서 구입할 때의 패턴과 질문 성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 뿐이다.

 

그럼 오늘의 집 고객들은 왜 이렇게 정중하게(?) 질문하는 사람이 많을까?

 

이건 오늘의 집의 출발이 다른 쇼핑몰과 다르다는 것과 오늘의 집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들이 대부분

 

'빠른 배송'과는 크게 관계없는 아이템이 많은 특정 아이템/카테고리 전문 쇼핑몰이라는 차이인듯 보인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그래서 그런지 오늘의 집 게시판은 비교적 '덜' 공격적이고, 배송에 관해 조금더 너그러우며

 

웬지모르게 상냥하다.

 

그래서 처음에 게시판 관리를 할 때는 쿠팡 게시판이 정말 힘들었다.

 

화내고 짜증내는 투가 많아서.

 

아마 쿠팡은 거의 모든걸 판매하는 마트같은 느낌이라 조금만 예상치 못한 서비스가 발생한다면 좀 짜증이 나는 분위기라면,

 

상대적으로 오늘의 집은 약간 동호회 스러운 느낌. 소셜미디어 스러운 느낌. (실제로 출발도 그러하니...)

 

아, 그런데 왜 오늘의 집의 금요일은 심심하냐고?

 

오늘의 집 고객은 금요일 오후부터는 거의 게시판에 문의를 남기지 않는다.

 

기분탓이냐고? 아니다. 주문대비 확실히 다른 사이트 대비 금요일~일요일 게시판 문의 비율이 확실히 줄어든다.

 

왜일까? 

 

사실, 나도 모른다.

 

그런데 아내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쿠팡을 이용하는 아내는 주말에도 쿠팡에 들어간다. 냉장고 상황을 체크하고 필요한 것을 주문하고

 

월요일에 급하게 필요한 것은 꼭 쿠팡을 통해 주문한다.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은 살림러들에게 정말 감사한 존재다)

 

꼭 필요한것, 배송이 중요한 아이템이 한가득인데, 배송관련 문의도 당연히 많겠지.

 

 

그런데 오늘의 집은?

 

가끔 내가 본다. 

 

그냥 누워서 뒹굴거리며 다른 사람들 인테리어 한것도 보고, 요즘 유행하는 소품도 구경하고...

 

처음엔 입점몰 분석을 위한 핑계를 댔지만... 오늘의 집 쇼핑몰은 확실히 쇼핑이상의 재미가 있고 뭔가 소담소담하고 정겨운 느낌. 

 

재밌게 구경하다 '어? 이거 끌리는데? 나도 해볼까?' 하는 주문은 기다리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당장 없으면 큰일나는 물건을 주문한 것은 (우리는 보통 그런 물건들을 '생필품'이라고 부르지)

 

아니겠지.

 

암튼, 그래서인지... (거의 뇌피셜임을 인정하지만)

 

오늘의 집 게시판은 금요일부터는 조금 심심... 아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