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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물건을 판다는건

쿠팡에서 판매정지를 당해본적이 있나요? 쿠팡 판매정지 및 회복 - 3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싸워서 아무런 이득도 없는 싸움이란걸 알고 있었고, 쿠팡에서 보내온 첨부파일 두가지를 작성해 올리고

고객에게는 군말없이 요구대로 해줘야 이 지독한 시간이 지나간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온갖 고객들의 비상식적인 요구에도 가능한 '좋게좋게' , '큰소리안나게' 대처해온 날들속에서

한번 고객과의 다툼(이라고 하기에도 그렇지만)이 불러온 파장으로는 너무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당장의 매출손실 뿐만이 아니라, 운좋게 판매정지가 며칠사이 풀린다고 해도 쿠팡 알고리즘이 이전처럼 우리 제품을 잘 보여줄지 의문이었다.

 

각설하고, 쿠팡에서 보내온 두가지 파일을 작성하는게 일단 담당자로서 할일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작성해서 보내야하는 파일은 두가지로

 

하나는 쿠팡 확약서이고 다른 하나는 태도개선 계획서였다.

 

쿠팡 확약서는 일종의 약속 - 즉 다시는 고객과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고,

 

태도개선 계획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떻게 상담 방식이나 고객응대 시스템을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재발방지 약속하고, 고객에게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위 확약서는 모두 쿠팡에서 보낸 것이다.

 

일단 백기를 든 입장에서는 내용의 옳고 그름은 따질 필요를 못느꼈다.

 

하라는대로 이름쓰고 도장 스캔해서 넣고 끝.

 

개선안은 비록 급하게 작성한 내용이긴 하지만 나름 고민하고 실제 회사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해서 작성했다. 

 

우선 판매중지해지가 우선이었기에 가장 핵심적이고 필요한 내용위주로 작성했는데 나중에 세부사항은 수정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꽉꽉 채워 넣었다.

 

이렇게 상황파악하고 파일 작성해서 (점심 건너뛰고) 보낸것이 출근후 약 5시간뒤.

 

경험상 일단 보내고 혹시 수정이나 보완요청을 받는것이 문제해결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우선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최대한 목표한 시간안에 작성하려고 애썼다.

 

메일 + 첨부파일 발송후 쿠팡 담당자에게 메일 전송 사실 알리고 관련된 부서에 한번만 연락 요청 남기고

쿠팡에 연락해 해당 이메일 보낸 사실 밝히고 관련부서에 알려달라고 요청까지 마쳤다.

 

일단 판매회복을 위해 팀장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제 남은 일은 과연 며칠이나 정지가 갈지,

정지가 풀리고 나면 매출은 이전처럼 돌아올지 2가지 문제가 남았을 뿐.

 

우선은 일단 예상보다 빠른 시간안에 요청사항에 대해 수행했고, 연락할 수 있는 곳에는 다 해서 부탁을 해 놓았으니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 문제된 고객과의 분쟁 해결이 남았구나... (쿠팡에서는 콕 집어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그래, 어차피 여기서 무슨 자존심을 챙길까.

 

이후는 여기에 글쓰기가 부끄러울 만큼 저자세 돌변 + 고객님께 모든걸 드리겠습니다로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판매정지는 풀렸다.

 

1주 혹은 2주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기에 상황은 걱정했던 것보다 빨리 해결된 셈이다.

 

쿠팡에서 정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지만, 담당자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전까지 고객과 별다른 문제 접수가 없기도했고, 또 매출기여도가 높은 업체여서 빨리 해결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편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씁쓸한지...

 

보잘것없는 매출로 10년을 버텨온 자영업의 경험이 있어서일까? 같은 상황을 이제 막 쿠팡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한 업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판매정지는 풀렸고 판매는 천천히 회복되었다

 

판매정지는 정확히 판매정지 시작으로부터 2일만에 풀렸다.

 

판매정지 - 다음날 인지 - 회복신청 - 다음날 해제.

 

판매는 이후 7일정도를 두고 서서히 회복되었다. 

 

쿠팡의 알고리즘이 판매정지가 풀린다고 해서 바로 이전만큼 본사 상품을 검색의 위쪽에 보여주지 않는걸 확실이 알게 된 순간이었다. 

 

만약 자사 상품 관련 메인 검색어가 있다면 최소 일주일에 한번 쿠팡의 검색창에 검색해보고

 

그 결과 (해당 상품이 검색시 몇 페이지에 노출되는지)를 기록하길 권한다.

 

이런 습관은 나중에 '감' 이 아닌 '데이터'로 판매를 관리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암튼 이런 간떨리는 사건으로 자존감 떨어지는 이런 비참한 상황을 최소한 이글을 읽는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고객하고는 절대 싸울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지는 않다.

 

1. 고객에게 분명한 메세지를 단호하게 전달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필요하다.

 

다만 고객입장에서 위협이 될 수 있을 만한 단어는 조심 또 조심하자. (특히 문자메세지는 정돈되고 표준화된 표현만 사용을 권함)

 

2. 고객과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는 쿠팡에 협조를 구하자.

 

쿠팡에 상황에 대해 설명하거나 고객에게 쿠팡쪽에 문의할 것을 요청하자. 

이번 일을 겪으면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쿠팡에서 고객에게 쿠폰등을 주거나 다른 혜택을 주면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고

발생하는 손해를 쿠팡에서 부담하며 해결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다.

 

무조건 쿠팡은 고객편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정중하게 내용을 정리해서 쿠팡에 요청할 것은 하고,

부담을 줄 것은 주면서 결과만 가지고 생각하는게 좋다. 불필요한 선입견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3. 고객을 희망고문하지 말라

 

간혹 고객이 스스로도 이건 좀 무리하다 싶은 요구를 하는걸 인지한 상태에서 '밑져야 본전'으로 생각하고 

판매자에게 클레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장 안좋은 경우가 처음 상담 직원이 뭔가 될 수 도 있는 것처럼 애매한

상태에서 문제를 넘기는 경우다.

 

고객은 처음 상담원의 애매한 태도를 '가능성의 여지'로 해석할 확률이 높고,

이후의 상담에서도 '처음 상담 당시의 안내' 중 여러 해석이 가능한 멘트를 가지고 판매자를 괴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라인이 확실하게 있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고객의 클레임 강도와 관계없이 확실한 메세지를 주는게 필요하며

애매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하고 안내하겠다고 매듭지은후 다시 통화하는게 좋다.

 

4. 일관된 태도 유지 - 싸우다 정들기도 한다.

 

간혹 클레임 고객과 오랫동안 통화하다보면 싸우다 정든다고 처음 상담 태도와 다르게 말투나 태도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실제로 홈쇼핑 CS관련 분들은 연세가 있으신 고객님들께 친엄마처럼, 이모처럼 살갑게 대하기도 하고.

 

하지만 클레임관련 고객전화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고객으로 하여금 '이 회사는 회사 내규에 따라 정확하게 매뉴얼대로 대처하는구나' 라는 인상을 말투나 태도에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행여나 클레임 고객과는,

 

정들지 말자.

 

5. '약강' 보다는 '강약' 이 낫다.

 

고객의 입장에서 클레임을 시작할 때 원칙주의에 말이 조금도 안통하는 CS직원과 통화이후

 

결국 통화하게된 '책임자'가 처음보다는 조금 융통성을 발휘해 고객의 입장을 살짝 귀기울여줄 때 일이 좀 더 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음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걸 다 들어줄 것 처럼 온화한 담당자와 통화이후 냉철하고 원칙주의 책임자로 문제가 이관되었을때는 클레임이 길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개인적으로는 약강이나 강약보다 일관된 '중'정도의 톤을 전 CS직원이 공유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때로 강성고객과의 클레임 과정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란 자원이 낭비되고 만다.

 

가능한 신속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결론은?

 

가능한 고객과 싸우지 말자이다.

 

회사에서는 고객과 싸울거리를 적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CS부서는 고객의 최근 클레임을 계속 회사 전 스텝들과 공유해 나가며 문제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한다.

 


사실은,

 

쿠팡의 판매정지를 당한 경험을 공유해보면서

 

이런 일방적인 쿠팡의 방식에,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입점판매자의 현실에 대해 더 강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고객과 싸우지 말자'

 

라는 결론은 써놓고도 창피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위에 두발을 딛고 있는 것을.

 

당장 쿠팡에서 판매를 해서 먹고살아야하는 상황인 것을.

 

두번다시 나와 같은 일을 겪지않길, 좋은 상품으로 고객들과 그 가치를 나누며 행복해하는 판매자가 되길

 

감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