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메딕이 필요하다
스타크래프트에는 테란이란 종족이 있는데, 저그나 프로토스와 달리 인간종족이고
그 테란의 가장 기본 공격유닛이 '마린'이다.
쉽게 생각하면 사람이 총들고 공격하는 유닛. 이름은 해병인데 실제로는 보병에 가깝다.
미네랄 50이면 생산이된고 체력과 방어력은 스타의 유닛중 거의 최하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마디로 마린은 게임에서 가장 최하위 레벨 유닛이다.
The CS Staff is the weakest being in the game of office
월요일, 너덜너덜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월요일의 게시판은 주말사이 쌓여있는 각종 문의 / 반품요청과
각 입점 사이트의 담당자들이 고객의 컴플레인을 받아 보내놓은 내용이 가득한 날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지만, 출근부터 이미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일단 급히 밤사이 쌓여있는 게시판을 살피며 우선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문제들위주로
우선 답변을 달아가며 한편 해당건에 대해 담당자에게 내용을 전달한다.
역시 3개월을 그냥 헛되이 보낸것 만은 아니다. 비교적 간단히 문의에 답할 수 있는 게시글위주로
빠르게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최소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는 9시까지 급한일을 마무리 놓고 벙커 2개정도는 만들어 놓고
방어력 업그레이드 1은 해놓아야한다. 방1업을 했을때
고객의 컴플레인중 가장 핵심 내용만 포인트를 잡고 나머지 감정적인 단어나 표현은
한쪽귀에서 다른한쪽귀로 약 30%정도를 흘려보낼 수 있다.
(참고로 CS마린은 공방업그레이드가 없다. 방어력 업그레이드만 가능하다)
9시가 되었다. 게시판에 밑도 끝도 없이 '당장 전화 달라고요' 라고 남긴 사람의
주문 내역도 파악못하고 그밖에도 몇가지 제품 불량관련 게시글에 대한 내용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전화가 오픈되었다.
전화를 들자마자 전화수화기로 저글링이 난입한다.
하지만 이제 저글링은 무섭지 않다. (전화의)수가 좀 많긴 하지만, 강력하진 않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라고 생각할 즈음 질럿러쉬.
체력이 강한 질럿은 같은 내용을 가지고 계속 묻고 또 묻고 항의하고 또 항의한다.
죄송하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해결될 일이냐고 묻고
그럼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하고 물으면 당장 책임자 바꾸라고 한다.
혹은 사장보고 전화하라고 한다.
이럴땐 회사메뉴얼에 따라 안내를 하고 같은 요구가 반복되면 '확인후 연락드리겠다'는 방법으로
우선 전화를 끊도록 유도해야하는데 간혹 잘 먹히지 않는다.
어찌어찌 끈질긴 공격을 벗어나 벙커하나를 더 추가하고 방어력 1까지 업그레이드 되었을때
아뿔사,
뮤탈의 공격이 시작된다.
사무실 위로 떼를 지어 날아온 뮤탈들은 여기저기 정신없이 반품과 환불 요청으로 공격을 시작하며
마린의 체력을 갈가먹기 시작한다.
체력도 떨어져가는 상황에 스팀팩을 쓸 수 도 없는 상황.
시간은 오전 11시. 우선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대로라면 드레곤까지 오지 않아도 CS는 전멸할 수 있다.
스팀팩대신 진한 커피와 눈영양제로 두개의 모니터를에서 오는 침침함을 버텨가고 있지만
물량공세에는 어쩔 수 가 없다.
전화를 끊으면 전화가 울리고, 이미 모든 상담원이 통화를 하고 있지만 대기전화는 계속 늘어난다.
절체절명의 순간, CS 3년차 메딕이 나타났다.
우선 '책임자 바꿔' 로 고함치는 상담원의 전화를 연결해받아 문제해결을 위해 다시 전화드릴 시간을 잡는다.
또 반품 / 환불관련 문의중 배송전 즉각 환불이 가능한 내용을 우선 처리하고,
이미 배송된 건중 단순변심과 제품문제로 인한 반품을 나누어 우선 단순변심건 전화후 제품 문제로 인한 반품에 대해
문자나 게시판으로 상담 가능한 건에 대해 마무리를 하고,
고객과 전화연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은 순서대로 통화를 시작한다.
일처리가 간결하고 고객과의 통화도 비교적 중요한 체크사항 위주로 속도가 빠른데다가,
A/S 관련 통화에 대해서는 제품 이해도가 높아 A/S 부서에 따로 문의 없이도 대부분을 접수하는 메딕.
메딕이 나타나는 순간 질럿들의 공격으로 떨어진 HP가 회복되고
메딕이 시야를 확보해주며 전체적인 전장의 흐름을 알려줘 예측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준다.
'오늘은 금요일 집중적으로 나갔던 A-3제품중 이런 형태의 문의가 전반적으로 많은데요, 고객님과 상담시 이런부분을 설명해주시고...'
너무나 깔끔하게 오늘의 전반적인 주의사항을 인지시켜준다.
어떤 공격이 어디로 올지 알게되니 마음의 준비가 된다.
너무 센 공격은 따로 넘겨드릴 수 있어 든든하다. 아니 든든하니 심리적으로 안정이되고, 내가 해결해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메딕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방어력은 두세배로 올라가고 누르지 않은 공격력도 올라간 느낌이다.
아,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았구나. 훨씬 강해질 수 있다.
고로,
우리에겐 메딕이 필요하다.